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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회의문화] 플라스틱 병 없이 회의하는 법

Zero-W 2025. 7. 12. 06:58

[제로 웨이스트 회의문화] 플라스틱 병 없이 회의하는 법

회의는 모든 조직과 회사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활동이다. 아이디어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며 목표를 설정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우리는 종종 그 회의 속에 숨겨진 쓰레기를 놓치곤 한다. 플라스틱 생수병, 종이컵, 빨대, 일회용 티백, 개별 포장된 간식 등은 회의 시간에 자연스럽게 제공되거나 사용되며, 회의가 끝난 뒤에는 책상 위에 쌓인 일회용 쓰레기들이 그대로 남는다. 반복되는 회의가 반복되는 쓰레기로 이어지는 구조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최근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제로 웨이스트 회의문화’를 도입하며 회의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플라스틱 병을 없애는 것을 넘어, 회의 전 과정에서 자원 낭비를 줄이고 구성원 모두가 환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회의라는 공간은 우리가 조직의 미래를 계획하는 곳인 만큼, 그 형식도 지구를 위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 회의 장면

플라스틱 병 없는 회의를 위한 음료 시스템 재설계

가장 눈에 띄는 회의 쓰레기 중 하나는 단연 플라스틱 생수병이다. 회의 참석자 수만큼 생수병이 제공되고, 회의가 끝난 후에는 절반도 마시지 않은 생수가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일쑤다. 이를 바꾸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회의실에 다회용 컵과 정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무실 내부에 정수기 또는 대용량 물 디스펜서를 설치하고, 참석자들이 개인 텀블러나 공용 유리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일회용 병을 전면적으로 없앨 수 있다. 공용 컵 사용에 대한 위생 우려가 있다면 전자레인지 살균기, 컵 세척 루틴을 사내에 구축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회의 초대 공지 메일에 ‘개인 텀블러 지참 권장’ 문구를 넣는 것만으로도 참여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별도로 회의실 전용 텀블러를 제작하거나, 일정 횟수 이상 지참한 직원에게 포인트를 부여하는 캠페인을 운영하면 재미와 실천이 함께 살아나는 회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간식과 음료 구성의 전환으로 쓰레기 최소화하기

회의 시간에 제공되는 간식 역시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유발하는 요소다. 개별 포장된 쿠키, 초콜릿, 스낵, 일회용 티백과 커피 스틱 등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그만큼 많은 포장 쓰레기를 남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간식의 구성과 제공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개별 포장 대신 벌크 포장된 간식을 대접 접시에 덜어 제공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쿠키나 견과류를 유리병에 담아 회의 테이블 중앙에 배치하는 방식은 재사용과 미니멀리즘 모두를 만족시킨다. 셋째, 커피나 차는 다회용 티포트, 드립 커피 시스템으로 제공하면 티백이나 스틱 커피 포장을 없앨 수 있다. 회의실에 간단한 커피 키트나 무가당 허브차, 과일우린물 등 친환경 음료 메뉴를 사전에 구성해 두는 것도 회의의 품격을 높이고 자원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회의에서 먹는 것이 업무와 무관하지 않듯, 제공되는 음식도 그 조직의 가치와 문화를 드러낸다.

 

 

회의 문서와 도구의 디지털 전환으로 종이 줄이기

음료와 간식뿐 아니라, 회의 자료와 관련 도구도 회의 중 쓰레기의 주요 원인이다. 출력된 회의자료, 참가자 명단, 포스트잇, 화이트보드 마커, 종이 네임카드 등은 회의가 끝나면 대부분 폐기된다. 이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한 접근은 ‘회의의 디지털화’다. 사전 회의 자료는 PDF나 협업툴을 통해 공유하고, 회의록 역시 실시간 공동 문서로 작성하며, 화이트보드는 디지털 태블릿이나 모니터 공유 시스템을 통해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임카드는 사무실 상시 보유형으로 전환하거나, 디지털 명함을 사용하면 일회용 네임택을 줄일 수 있다. 화이트보드에는 수성마커 대신 친환경 분필형 보드마커나 태블릿 기반 판서를 활용하면 마커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회의가 빈번한 조직일수록 디지털 전환은 효과가 크며,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정보 접근성과 공유 속도 면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종이는 줄이고, 정보는 늘리는 회의 구조가 바로 제로 웨이스트의 핵심이다.

 

 

사내 문화로 정착시키는 제로 웨이스트 회의 캠페인

회의 방식의 전환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회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장기적인 실천 캠페인과 교육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병 없는 회의 주간’을 운영하거나, 모든 팀에 ‘제로 웨이스트 회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자율 실천을 독려하는 방식이 있다. 회의실에 친환경 안내판을 부착하고, 사내 인트라넷이나 공용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정기적으로 실천 사례를 공유하면 구성원 간 상호 자극도 유도된다. 회의 후 설문을 통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반영하면 제도화도 가능하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 회의 문화는 외부 미팅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객사나 협력사와의 미팅에서도 다회용 컵 사용, 간소화된 자료 제공, 친환경 간식 구성 등을 실천하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 가치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결국 제로 웨이스트 회의문화는 조직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환경 윤리 실천이며, 실무자 한 명의 습관이 조직 전체의 철학으로 확산될 수 있는 지점이다. 회의는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는 시간인 만큼, 그 과정부터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것이 조직의 미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