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 웨이스트 가전제품의 진화와 시장 전망

Zero-W 2025. 8. 9. 22:33

환경위기 속 새로운 가전의 탄생 배경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문제는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 산업은 생산 과정에서 대규모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며, 제품 수명이 끝나면 폐기물과 전자쓰레기를 양산하는 대표적 분야다. 유엔환경계획(UNEP)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약 6,200만 톤에 달했으며, 이 중 재활용률은 2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돼 토양과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

 

이러한 환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제로 웨이스트 가전제품이다. 이 개념은 제품 생산부터 유통, 사용,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재사용·수리·재활용이 용이한 설계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쓰는 것을 넘어, 수명 연장, 모듈 교체, 순환형 부품 공급망 구축, 포장재 절감 등 다양한 전략이 포함된다.

 

제로 웨이스트 가전은 초기에는 실험적 제품으로만 인식됐으나, 2020년대 들어 ESG 경영 확산과 함께 글로벌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 밀레, 파나소닉 등 주요 브랜드가 각기 다른 접근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환경적 가치에 더해 ‘수리 용이성’, ‘유지비 절감’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인식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 제로 웨이스트 가전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미래 가전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에너지 효율과 자원 절약을 고려한 제로 웨이스트 가전제품이 배치된 친환경 주방

제로 웨이스트 가전제품의 특징과 기술 원리

제로 웨이스트 가전제품의 핵심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모듈형 설계(Modular Design)
    제품 전체를 폐기하지 않고 고장난 부품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예를 들어, 다이슨의 일부 무선청소기 모델은 모터, 배터리, 필터를 사용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설계는 수명 연장뿐 아니라 폐기물 발생을 50% 이상 줄이는 효과가 있다.
  2. 재활용·재생 소재 사용
    LG전자는 세탁기·냉장고 외관에 재활용 플라스틱과 재생 알루미늄을 적용해, 신소재 사용 비중을 줄였다. EU의 에코디자인 지침에 따라, 재활용 소재 비율을 높이면 제품의 전체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평균 10~15% 감소시킬 수 있다.
  3. 포장재 절감 및 무포장 유통
    일부 제조사는 B2B 공급 시 재사용 가능한 운송 박스를 도입했다. 밀레(Miele)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종이·플라스틱 포장을 제거하고, 회수 가능한 금속 운송 프레임을 사용해 연간 100톤 이상의 폐포장재를 절감했다.
  4. 수리 용이성 평가제(Fixability Index)
    프랑스는 2021년부터 가전제품의 수리 용이성을 점수로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지표를 높이기 위해 제조사들은 부품 접근성을 높이고, 수리 매뉴얼과 부품 공급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제품 분해의 용이성, 표준화된 부품 규격, 재활용 공정 호환성이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모듈 고정 나사의 규격을 통일하면 재조립 과정이 빨라지고, 부품 재활용 공장에서도 분류 작업이 단순화된다.

 

 

국내외 주요 기업 사례와 시장 수치

국내 사례

삼성전자는 2022년 ‘비스포크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부품 교체형 가전을 확대했다. 냉장고 문 패널, 세탁기 도어, 진공청소기 배터리 등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이를 통해 평균 제품 수명을 2~3년 연장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LG전자는 ‘LG 그린플라넷 전략’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주요 가전제품 외관 플라스틱의 60%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 사례

다이슨(Dyson)은 ‘리페어 퍼스트(Repair First)’ 정책을 시행, 전 세계 서비스센터에서 주요 부품을 상시 재고로 보유하고, 부품 교체 비용을 표준화했다.
독일 밀레(Miele)는 세탁기·식기세척기 제품군에 20년 이상 사용을 목표로 설계된 부품을 적용하며, 장기 보증과 무상 수리를 결합했다.
일본 파나소닉(Panasonic)은 태양광 전력을 활용하는 가전을 개발하고, 재활용 부품을 대량 적용한 ‘에코 가전’ 라인을 확장 중이다.

 

시장 수치

  • 글로벌 제로 웨이스트 가전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48억 달러로 추산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 8.7%로 2030년에는 85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유럽은 엄격한 환경 규제로 인해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르다.

소비자 조사 결과, 62%가 “환경적 가치와 유지비 절감을 이유로 제로 웨이스트 가전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수요, 장단점, 향후 트렌드

소비자 수요는 젊은 세대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친환경 소비를 자신의 정체성 표현으로 인식하며, SNS를 통해 구매 경험을 공유하는 경향이 강하다.
장점으로는 장기적인 유지비 절감, 폐기물 감소, 탄소 배출 저감이 있다. 반면, 단점은 초기 구매가가 높고, 부품 교체 주기가 짧으면 전체 비용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클라우드 기반 제품 사용 데이터 분석으로 부품 교체 시점 예측
  2. 지역 순환 경제 모델과 연계한 회수·재활용 네트워크 확대
  3. 에너지 자급형 가전(태양광·풍력 연계) 도입
  4. 개인화 디자인 서비스로 소비자 참여형 제품 수명 연장

 

 

표준이 될 제로 웨이스트 가전

제로 웨이스트 가전은 단순한 친환경 제품을 넘어, 제조·유통·소비 전 과정을 혁신하는 산업 구조 전환의 신호탄이다.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 ESG 투자 확산, 소비자 인식 변화가 맞물리면서 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모듈형 설계 표준화, 재활용 소재 공급망 확보, 수리 인프라 확충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소비자 교육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가전이 ‘특별한 제품’이 아닌 ‘당연한 선택’으로 자리 잡도록 유도해야 한다.


결국, 제로 웨이스트 가전은 지구와 인류 모두를 위한 필수적 혁신이며, 향후 10년 내에 가전 산업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