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지방정부 제로 웨이스트 조례 소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실천 사례

Zero-W 2025. 7. 16. 22:44

환경 위기의 대응 주체로 떠오른 지방정부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은 이제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플라스틱 오염, 대기질 저하, 해양 생태계 붕괴 등은 개인의 소비 행태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와 정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폐기물 문제는 지방 단위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민이 생활 속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지역 내 유통과 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포장 쓰레기, 축제나 행사 후에 쌓이는 일회용품 등은 대부분 해당 지역이 직접 수거하고 처리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수거·처리 기관이 아니라, 자원순환과 폐기물 감축을 위한 정책 설계자이자 실천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제로 웨이스트 조례’다. 제로 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최대한 재사용·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 개념을 단순한 시민 캠페인 수준으로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실제로 정책과 예산, 조직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조례다. 제로 웨이스트 조례는 단지 선언적 문서가 아니라, 지역 내 자원순환 정책을 종합적으로 이끌어가는 지침서이며, 지역 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한다. 실제로 이 조례가 시행되면 예산이 책정되고, 실행계획이 수립되며, 주민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즉,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닌 지역 환경정책을 구동시키는 실질적인 ‘시동 열쇠’인 셈이다.

 

푸른 하늘 아래 흐르는 강과 주변의 울창한 녹지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 생태 환경

제로 웨이스트 조례의 핵심 구조와 입법 배경

지방정부에서 제정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조례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공통 구조를 가진다. 첫째, 조례의 목적은 생활 폐기물의 발생 억제와 자원순환 체계 구축에 있으며, 지역 특성에 맞는 실천 방식을 명시한다. 둘째, 조례는 ‘기초지자체의 책무’, ‘시민의 역할’, ‘관계 기관의 협력 의무’ 등을 조항으로 명확하게 구분한다. 셋째, 실천을 위한 조직 기반 마련과 예산 편성, 교육·홍보 사업, 실천센터 설치 등을 규정한다. 이 구조를 통해 조례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행정적 실행력을 가진 정책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조례의 입법 배경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추진된다. 첫째는 쓰레기 처리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생활폐기물 처리 예산의 급증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둘째는 재활용률의 한계다. 분리배출 제도가 자리잡았지만 실제로는 혼합배출, 오분류, 재활용 불가 품목이 많아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셋째는 시민들의 환경 의식 수준 변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포장 쓰레기 증가와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늘어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여러 지방정부는 기존의 폐기물 관리 조례를 넘어,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실행 조항을 담은 제로 웨이스트 조례를 제정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은평구는 ‘자원순환 사회 전환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조례’를 통해 행정기관이 먼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실천 프로젝트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도 2023년 ‘제로 웨이스트 도시 조성 조례’를 통해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제로 웨이스트 마켓 시범 운영, 민관 협력 생태계 조성 등을 의무화했다. 이러한 조례는 단순히 규제 중심이 아니라 참여 기반 실천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환경 조례와 구분된다.

 

 

실천으로 이어진 조례 사례의 심층 분석

조례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조례가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이끌어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은평구의 사례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조례 제정 후 은평구는 '제로 웨이스트 지원센터'를 설립해 실천 중심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센터는 단순한 홍보 기관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 주민과 청소년, 상인, 기업 대상의 실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 포장 없는 가게 인증, 재사용 생활용품 순환 시스템 등 다양한 실험 사업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은평구는 조례를 통해 구청 소속 부서와 유관 기관에 ‘제로 웨이스트 실행계획 수립’ 의무를 부여했으며, 연차별 성과보고서를 주민에게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인 전북 전주시도 주목할 만하다. 전주시는 ‘전주시 자원순환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한 이후, 구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쓰레기 없는 거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청소 캠페인이 아니라, 상점과 주민, 행정기관이 공동으로 ‘일회용품 미사용 상점 지정’, ‘다회용기 사용 가맹점 확대’, ‘무포장 장보기 데이’ 운영 등 실제로 생활방식이 변화되는 프로그램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주시는 이 조례 기반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하여 상인 교육과 인센티브 제공, 실천 성과 데이터 구축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조례가 단순히 선언적 문서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 안에서 정책 실행의 근거가 되는 ‘실행 토대’임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인천 서구, 고양시, 성남시 등 다양한 지자체가 조례를 기반으로 지역 맞춤형 실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실천 주체가 주민이라는 점. 둘째, 단일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상 속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캠페인을 확장했다는 점. 셋째, 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연도 계획에 반영하는 피드백 구조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즉 조례는 일회용 규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모델로 작동하고 있다.

 

 

제도와 실천이 만날 때, 지속 가능성이 완성된다

제로 웨이스트 조례는 더 이상 형식적인 환경 조항이 아니다. 그것은 실천을 제도화하고, 제도를 일상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조례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지 법 조항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행이 가능하도록 행정, 예산, 조직, 주민 참여 구조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실행 주체로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조례를 통해 실행력 있는 정책 프레임을 만들고, 교육·홍보를 통해 시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 실천이 반복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또한 성공적인 제로 웨이스트 조례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지역 특성에 맞춘 실천 모델이 포함되어야 한다. 쓰레기 발생 구조, 산업 구조, 인구 밀도는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조례 역시 표준화된 틀이 아니라 현장 중심의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행정기관의 의지와 전담 조직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조례가 있어도 실행 주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셋째, 실천 결과에 대한 공개와 피드백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수치로 확인되는 성과와 주민의 체감 만족도는 정책을 지속시키는 동력이 된다.

 

제로 웨이스트는 시민 캠페인이 아니라 정책이고, 정책은 반드시 제도를 통해 실행되어야 한다. 조례는 지역 사회의 행동을 뿌리내리게 하는 틀이고, 지방정부는 그 조례를 실현시키는 매개자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가 실효성 있는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과 함께 실천하면서 지역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의 생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