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지방예산이 환경을 바꾸는 열쇠가 된다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의 심화는 더 이상 국가 단위의 대응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쓰레기 문제, 일회용품 남용, 재활용 불가 폐기물의 증가 등은 모두 지역 단위에서 발생하고, 지역에서 처리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폐기물은 주민의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만큼, 그 해결 또한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 주체인 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 편성에 달려 있다. 이때 중요한 질문은 바로 “지방예산은 환경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환경 정책이 별도로 존재하고, 지방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실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경 정책의 실행 여부, 범위, 지속 가능성은 모두 예산의 존재 여부에 좌우된다.
특히 ‘제로 웨이스트’는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구조와 예산을 수반해야만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는 영역이다. 제로 웨이스트 정책을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육, 기반시설, 시민 참여, 회수·재사용 체계,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는 모두 예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제로 웨이스트를 행정의 핵심 과제로 삼기 위해서는, 그 정책 의지를 실제 예산 항목으로 반영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본 글에서는 지방정부 예산의 구조와 편성 절차를 먼저 이해하고, 여기에 제로 웨이스트 관련 예산 항목을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방법, 실제 반영된 국내 사례,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전략까지 순차적으로 다룬다. 이 글은 예산을 통해 환경정책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이해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다.
지방예산 편성 구조 이해와 제로 웨이스트 반영의 어려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은 연 단위로 운영되며, 통상 1월부터 예산 집행이 시작되고, 다음 해 예산은 6~10월 사이에 각 부서의 예산 요구서를 받아 편성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산은 크게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뉘며, 제로 웨이스트와 같은 환경 관련 정책은 대부분 일반회계 내 환경보호과 또는 자원순환과 등 해당 부서에 배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예산 항목 외에 새로운 사업을 넣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예산 편성 기준은 이전 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고, ‘환경’보다 더 시급하다고 여겨지는 경제, 복지, 안전, 교통 등과의 우선순위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제로 웨이스트 정책 기획이 있어도, 예산 항목으로 편입되지 못하면 실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왜 제로 웨이스트 예산 반영이 어렵냐 하면, 제로 웨이스트는 명확한 시설 건립이나 장비 구입 등 가시적 투자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민 캠페인, 실천 프로그램, 다회용기 회수 시스템, 재사용 거점 운영, 분리배출 교육 등은 ‘소프트 예산’으로 인식되며,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또한 관행상, 민원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정책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이렇듯 예산 반영의 벽은 구조적이다. 하지만 그 벽을 넘기 위한 방법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는 정책성과 예측치를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회용기 대여소 1개소 설치 시 일회용품 절감 예상 수량과 처리비용 감축액을 수치화하면 예산 확보 논리에 설득력이 생긴다. 둘째는 타 부서와의 연계성 확보다. 예를 들어 지역 상권 진흥과 연계하거나, 청소년 교육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협업 예산을 유치할 수 있다. 셋째는 지방의회의 조례 기반 제안이다. 이미 조례가 통과된 상태에서 그 집행을 위한 예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지방예산은 단순 요청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구조 이해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 예산 항목 설계와 실제 반영 전략
이제 지방정부가 제로 웨이스트 예산 항목을 새롭게 반영하거나, 기존 예산 속에 녹여내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예산 항목은 반드시 구체적 실천 단위로 나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제로 웨이스트 홍보’라는 항목보다는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 구축 사업’, ‘무포장 가게 인증제 운영’, ‘재사용 장터 연계 사업’, ‘분리배출 교육자료 제작 및 배포’, ‘청소년 환경 실천학교 운영’ 등처럼 내용이 명확하고 단위별 예산 추정이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예산부서에서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예산 집행의 타당성이다. 목표는 좋은데 돈 쓸 구조가 불명확하면 통과되기 어렵다. 예산 항목을 세울 때는 단가 기준표, 소요 인력, 시설 사용료, 외부 위탁 가능성, 지역 특화 요소까지 포함해서 설계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는 2022년 자원순환팀 내부 TF를 구성하여 '제로 웨이스트 도시 구현을 위한 실행사업 리스트'를 만들고, 이 중 우선순위가 높은 5개 사업을 선별하여 차년도 본예산 요구안에 반영했다. 그 결과 '다회용기 시범사업', '제로 웨이스트 교육 거점 운영', '무포장 상점 확대 지원' 항목이 신규 예산으로 통과되었고, 해당 사업은 이듬해 실제로 시행되었다. 이 사례는 내부 직원의 기획 능력과 부서장의 의지가 예산 반영의 중요한 조건임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로, 제주도는 ‘관광객 대상 제로 웨이스트 실천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이를 단독 사업으로 보기보다 지역 관광과 환경을 연결한 통합 사업으로 구성했고, 이 과정에서 관광과, 환경과, 지역경제과 예산을 모두 합친 협업 모델을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예산 항목을 세우는 데 있어 유연성과 전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도움이 된다.
① 선도사업을 시범으로 먼저 운영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차년도 예산을 요구한다.
② 조례 제정 또는 실행계획 수립 이후 그 정책 실행의 근거로서 예산 항목을 설정한다.
③ 주민참여형 예산제도를 활용하여 제안서를 제출한다. 많은 지자체가 매년 주민 제안사업을 접수받는데, 여기에 제로 웨이스트 관련 아이디어를 주민, 단체, 학교, 협동조합 이름으로 제출하면 선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산은 기술서와 설득력이 모든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정책을 예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에 더해 예산 기획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산을 움직여야 정책이 현실이 된다
지방정부가 제로 웨이스트를 선언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그 간극을 연결해주는 다리는 바로 ‘예산’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 방향이 있어도, 예산 항목이 없다면 행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예산이 반영되는 순간 정책은 힘을 가진다. 제로 웨이스트는 시민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 실천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며, 그 구조는 예산을 통해 만들어진다. 예산은 구체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고, 그 활동은 환경과 사회를 바꾼다. 그래서 예산 항목 설계는 환경 실천의 시작점이다.
지방정부가 환경정책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제로 웨이스트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 환경부서뿐 아니라 도시계획, 복지, 관광, 교육 등 다양한 부서에서 제로 웨이스트 관련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실현 가능한 예산 항목으로 편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을 심사할 때, 형식적 타당성보다 지역 사회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제 ‘제로 웨이스트 예산 편성 가이드라인’이 모든 지자체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사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주민은 실천하고, 행정은 지원하며, 의회는 조례와 예산으로 환경을 지지해야 한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행정의 철학이며, 환경정책의 실현력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구호가 아니라 예산으로 증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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