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보다 공급망이 환경을 결정한다
지속 가능성과 환경 책임이 기업의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단일 제품의 친환경성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소비자는 물론,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공급망(Supply Chain) 전반에 걸쳐 친환경 원칙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원래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철학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공급망 설계와 운영 전반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 개념이 B2B 거래에 적용되면, 자원 낭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거래 파트너 간의 신뢰 구축, ESG 평가 지표 향상, 비용 효율화라는 다층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제조업, 유통업, 물류업에서 발생하는 포장재 낭비, 불필요한 재고, 불량품 폐기, 운송 중 폐기물, 비표준 자재 발생 등은 제로 웨이스트 관점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 글에서는 B2B 공급망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5가지 구체적 전략과 이를 도입한 국내외 기업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실행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회용 물류 포장재 도입 및 순환 시스템 구축
가장 대표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식은 일회용 물류 포장재의 대체다. 기존의 B2B 물류 거래에서는 골판지 박스, 비닐 완충재, 스티로폼 보냉제 등이 대량으로 소모된다. 이는 거래 수단이면서 동시에 대규모 폐기물의 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바로 다회용 물류 포장재다.
다회용 플라스틱 박스, 폴리카보네이트 보냉박스, 보온·보냉 겸용 회수백, 접이식 파레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통해 동일 포장재를 수차례 이상 재사용할 수 있으며, 회수 후 자동 세척 시스템까지 연계하면 운영 효율도 확보된다.
CJ대한통운은 B2B 식자재 공급망에서 다회용 보냉 용기를 도입하여, 연간 800만 장 이상의 아이스팩과 스티로폼 박스 폐기를 줄였다.
쿠팡도 일부 물류센터 간 중간거래 시, 리터너블 박스를 활용해 포장 폐기물을 감축하고 있으며, 향후 전국 확대를 계획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가 회수체계, 청결 유지, 파손 감지, 유닛 관리 시스템과 함께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다회용기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회수-세척-재배포의 순환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사와의 ‘폐기물 기준 계약서’ 체결
B2B 거래에서 폐기물 감축을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계약 단계에서의 명확한 기준 수립이 필수다.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단가, 납기, 수량 중심의 계약을 체결하며 포장 방식, 원자재 불량률, 잉여 자재 처리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명시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친환경 선도 기업들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문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납품 물품은 반드시 다회용 용기에 포장하며, 사용 후 발생한 폐기물은 납품업체가 회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또는 잉여 원자재가 발생한 경우, 재사용 가능 상태로 반환하거나, 해당 자재를 기업 측에서 재가공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넣기도 한다.
네슬레는 협력업체와의 공급 계약서에 폐기물 발생량 기준선을 명시하고 있으며, 기준 초과 시 공급사와의 계약 재조정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주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그린파트너 제도’를 통해 환경 책임 조항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처럼 계약서 기반의 폐기물 관리 구조는 단기적 부담보다는 장기적인 거래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품·회수 자재의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
공급망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반품, 불량품, 과잉 재고 등은 단순 폐기가 아닌 업사이클링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B2B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물품들은 대체로 포장 훼손, 유통기한 근접, 외형 파손 등의 이유로 거래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산을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하기 어려울 경우, 이를 소셜벤처,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과 연계하여 업사이클링 자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예를 들어, 폐현수막을 활용해 기업 기념품을 만들거나, 사용이 끝난 IT 부품을 교육용 키트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은 협력사에서 발생한 산업 폐기물 중 재사용 가능한 항목을 추출하여, 업사이클링 스타트업과 협력해 사무용품 및 굿즈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미국의 패키징 기업 Sealed Air는 회수된 비닐 완충재를 수거해 친환경 단열재로 재처리하여 B2B 재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공급망 내 불용 자원의 고부가가치 순환 구조를 설계하면, 폐기물 감축과 함께 브랜드 친환경 이미지까지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공급망 전반의 ‘제로 웨이스트 KPI’ 도입
기업이 제로 웨이스트를 공급망에 도입하고자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정량적 지표 기반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하는 것이다.
B2B 영역에서 폐기물 감축을 평가하려면 거래 단위, 포장 단위, 불량률, 회수율 등 구체적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성과지표로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협력사 A는 연간 거래 기준 1,000건 중 다회용 포장률 90% 이상을 유지해야 함”, “공급사 B는 재고 반품 시 폐기율 5% 이하 유지”와 같은 수치 기반 기준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지표는 ESG 경영평가, 납품사 인증, 거래 연장 평가 기준 등과 연결될 수 있다.
독일의 지멘스(Siemens)는 1,000여 개 이상의 글로벌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탄소 배출 및 폐기물 배출량 기준 KPI를 설정하고 공급망 ESG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는 B2B 파트너 대상의 친환경 평가 등급제를 시행하여, 폐기물 감축 실적을 거래 우대 조건으로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KPI 기반 접근은 단순히 시스템 구축을 넘어서, 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 전략이 공급망 전반에 녹아들게 만드는 구조적 수단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폐기물 예측 및 최적화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전략은 공급망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을 통한 폐기물 관리의 정교화다.
B2B 거래에서는 재고 과잉, 중복발주, 비효율적 물류 경로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폐기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IoT, AI, ERP 연동 시스템 등을 통해 재고 예측, 수요 분석, 운송 최적화, 자재 활용률 관리 등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B2B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AI 기반 화물 적재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해, 비표준 포장재 사용률을 줄이고, 자재 낭비를 평균 15% 이상 감소시켰다.
P&G는 글로벌 공급망에 RFID 기반 자재 추적 시스템을 도입해, 불필요한 반품·반출을 줄이는 동시에, 회수자재의 분류 및 재사용 속도도 향상시켰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공급망에 적용하면, 폐기물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고 시스템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사후 처리 비용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결론: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거래 조건이다
B2B 공급망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실천을 넘어서, 브랜드 가치, 비용 절감, ESG 경영, 고객 신뢰, 파트너십의 질을 모두 높이는 전략적 수단이 된다.
다회용 포장재, 계약 기반 폐기물 기준,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 KPI 설정, 디지털 기반 예측 시스템까지 이 모든 전략은 거래의 지속 가능성과 품질을 동시에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앞으로는 ‘폐기물 없는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만이 ESG 평가에서 앞서고, 공공·글로벌 거래에서 선택받는 공급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기업 철학이 아니라, 실질적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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