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 생활용품

Zero-W 2025. 8. 13. 09:32

서론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인류는 ‘소비’와 ‘생산’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은 단순한 쓰레기 줄이기를 넘어,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원의 순환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실천 철학이다. 그러나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유지하려고 해도,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을 모두 ‘쓰레기 없는 방식’으로 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과대포장되거나, 필요 이상의 부품과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팅은 원료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만큼만 즉시 제작할 수 있어 제로 웨이스트 실천과 높은 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생활용품 제작에 적용하면, 기존 소비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개인 맞춤형 제작을 가능하게 하여 자원 절약과 쓰레기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3D 프린팅과 제로 웨이스트의 결합이 생활용품 분야에서 어떤 혁신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실무적으로 어떤 전략과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3D 프린터가 빨간색 친환경 PLA 필라멘트로 제로 웨이스트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모습

3D 프린팅과 제로 웨이스트의 궁합

3D 프린팅은 재료를 깎아내는 ‘감산형 제조’가 아닌, 재료를 쌓아 올리는 ‘가산형 제조’ 방식이다. 이 방식은 제작 과정에서 불필요한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플라스틱 사출 성형은 금형 제작, 잉여 재료 제거, 가공 중 발생하는 찌꺼기 처리 등에서 상당한 폐기물을 만든다. 반면 3D 프린팅은 CAD(Computer-Aided Design)로 설계된 도면을 기반으로, 필요한 부분에만 원료를 적층한다. 그 결과 자원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불필요한 폐자재가 최소화된다. 또한 설계 수정이 쉽기 때문에, 불량품 발생 시 금형을 새로 제작할 필요 없이 파일만 수정하면 된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맞춤 제작’이다. 필요 이상의 크기나 불필요한 기능을 포함한 제품은 사용 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사용자의 생활 환경과 목적에 맞춰 정확한 규격으로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가전제품에 꼭 맞는 부품이나 교체용 손잡이, 또는 공간에 맞춘 수납함을 만들면, 불필요한 제품 구입을 막을 수 있다. 이는 ‘필요한 만큼만 생산’이라는 제로 웨이스트 핵심 원칙을 실현하는 대표적 사례다.

 

 

3D 프린팅 제로 웨이스트 생활용품의 활용 사례

3D 프린팅은 이미 다양한 생활용품 제작에 활용되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1. 주방 용품 제작
    • 맞춤형 조리 도구: 예를 들어, 사용자가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인체공학적 국자나 뒤집개를 직접 설계해 출력할 수 있다.
    • 재활용 PLA(Poly Lactic Acid) 필라멘트를 활용한 식기: 옥수수 전분 기반의 PLA는 생분해가 가능해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적합하다.
  2. 욕실·세탁 용품
    • 맞춤형 비누 받침대, 치약 짜개, 세탁망 클립 등 소형 생활 도구를 필요할 때 바로 제작 가능하다.
  3. 수납·정리 용품
    • 공간 크기에 맞춘 모듈형 서랍 정리함, 케이블 홀더, 벽걸이 후크 등을 제작하여 불필요한 구매와 포장을 줄일 수 있다.
  4. 가전 부품 대체 제작
    • 부서진 부품 하나 때문에 전체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해당 부품만 재현하여 수리 가능하다.
  5.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
    • 폐플라스틱을 분쇄·정제한 후 필라멘트로 재가공해 화분, 인테리어 소품 등을 제작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3D 프린팅을 통한 생활용품 제작은 구매 대신 제작이라는 소비 패턴 변화를 촉진하고, 전 세계적인 자원 순환 구조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3D 프린팅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전략과 과제

3D 프린팅이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지원하는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재료 선택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상용 3D 프린터 재료는 PLA, ABS, PETG 등이 주류인데, ABS는 석유 기반 플라스틱이라 분해가 어렵다. 따라서 친환경 PLA나 재활용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둘째, 설계 공유 플랫폼 활용이다. 오픈소스 CAD 파일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예: Thingiverse, MyMiniFactory)를 이용하면, 다른 사용자가 만든 제로 웨이스트 친화 설계를 다운받아 수정·활용할 수 있다.
셋째, 로컬 제작 네트워크 형성이다. 모든 가정이 3D 프린터를 갖추기 어려우므로, 지역 단위의 메이커 스페이스나 공공 출력소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기 구매에 따른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용 후 재활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출력물 중 일부는 사용 수명이 끝나면 재분쇄해 필라멘트로 재생산하는 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진정한 제로 웨이스트 목표에 부합한다.

다만, 3D 프린팅이 모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는 아니다. 전력 사용량, 소재의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출력물의 내구성 문제 등은 여전히 연구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개선해 나간다면, 3D 프린팅은 향후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결론

3D 프린팅은 단순히 새로운 제조 기술을 넘어, 제로 웨이스트 철학을 실현하는 강력한 실천 도구다. 생활용품 제작에 이를 적용하면,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막고 맞춤형·소량 생산을 통해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 사회와의 협력, 오픈소스 설계 공유, 재활용 필라멘트 사용 등을 결합하면 지속 가능한 제작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환경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장기적으로 3D 프린팅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생활 편의의 개선을 넘어, 지구 환경 보전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